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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교회 압수수색’에 “종교탄압” 외친 고신총회…그 주장, 과연 설득력 있나?

 

지난 3월 16일 부산 세계로교회 유튜브에 올라온 정승윤 부산교육감 재선거 후보와 손현보 담임목사의 교회 내 마이크를 이용한 대담 영상. ⓒ 부산 세계로교회 유튜브 갈무리 오마이뉴스

 

 

 

최근 부산경찰청이 진행한 세계로교회 압수수색을 두고,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이하 고신총회)가 ‘종교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발맞춰 기독교계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를 비판하고 교회를 옹호하는 기사들이 등장했지만, 이런 반응에 대해 “사실관계를 무시한 채 종교적 이기주의에 빠진 것”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 사건의 시작: 교회에서 선거법 위반?

문제의 발단은 지난 6월, 부산시교육감 후보와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가 예배 시간 중 공개 대담을 진행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 대담은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교회 내부에서 이뤄졌고, 이후 교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해당 영상이 퍼지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고발 조치를 취했고, 경찰은 이에 따라 법적 절차로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상적인 수사 과정에 대해 고신총회는 “전례 없는 종교 탄압”이라고 강하게 주장하며 헌법 제20조 정교분리 원칙까지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과연 이 같은 주장은 얼마나 타당할까요?


▶ 고신총회의 주장: “헌법 침해다”…그러나?

고신총회는 이번 수사에 대해 “정치적인 목적의 종교 탄압이며, 국가 권력이 교회에 무리하게 개입한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특히 그들은 이를 “일제강점기, 북한 정권, 군사 독재 시절에도 보기 힘든 종교 탄압”이라고까지 표현하며, 강한 결기를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비교는 ‘과도한 일반화’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제시대나 독재 정권 시절의 종교 탄압은 신앙 자체를 금지하고 폭력을 동반한 박해가 주된 수단이었습니다. 반면, 이번 사건은 공직선거법이라는 민주사회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한 법 집행일 뿐입니다. 수사의 대상은 ‘종교행위’가 아니라 ‘정치 개입’입니다.


▶ 정교분리? 그 의미를 잘못 해석한 건 아닌가

고신총회는 “정교분리 원칙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정교분리란 국가가 교회의 교리나 신앙을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일 뿐, 교회가 세속의 법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면책 특권이 아닙니다. 오히려 교회가 정치 영역에 개입하면 그 자체가 정교분리 원칙을 해치는 행위입니다.

이번 사건처럼 특정 후보를 예배 시간에 소개하고, 이를 영상으로 제작·배포한 행위는 명백히 선거법 위반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같은 행위를 회사나 학교에서 했다면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교회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습니다.


▶ 편향 보도의 문제점: 언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번 사안을 보도한 일부 기독교 언론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기독일보는 「세계로교회 압수수색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고신총회의 입장을 사실상 여과 없이 전달했습니다. 해당 기사에서는 선거법 위반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는 거의 다루지 않은 채, 국가를 향한 비난과 ‘신앙의 자유 수호’라는 논리만 반복됩니다.

언론이 특정 종교나 단체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 적는 것은 공공 저널리즘의 책무를 저버린 행위입니다. 종교 단체가 비판받을 만한 행위를 했다면,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고, 독자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이번 보도에서는 종교적 열정만 강조되고, 사실관계는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 자기모순에 빠진 종교 단체

고신총회는 성명서에서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며,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다음 문장에서는 “국가가 교회를 탄압하면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며 수사에 반기를 듭니다. 이는 ‘법은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불리할 땐 예외’라는 식의 자기모순입니다.

또한 교단은 “교인들에게 올바른 투표를 하게 하는 것은 목회자의 책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특정 후보와의 예배 중 대담은 분명히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며, 이는 공정한 선거를 해칠 수 있습니다. 교회의 정치적 중립이란 바로 이런 행동을 자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 종교의 책임과 반성, 왜 필요한가

많은 시민들은 “왜 종교는 사회의 법을 자신들만의 잣대로 해석하려 드는가”라는 의문을 가집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선거법 위반 논란이 아닙니다. 종교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국가를 공격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례입니다.

과거에도 일부 종교기관은 성 비위, 재정 비리 등의 문제가 터졌을 때, 내부 고발자나 외부 비판자들을 탄압하고 언론 통제를 시도했던 바 있습니다. 이번 고신총회의 반응도 이런 부정적 전례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 사이비화 되는 정통 교단?

가장 큰 우려는, 이런 모습을 통해 전통 교단이 오히려 ‘사이비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부의 정당한 비판을 모두 ‘박해’로 여기고, 교회 지도자의 잘못을 지적하면 ‘믿음을 공격했다’고 받아들이는 폐쇄적인 태도는, 일반 시민들이 보기에 사이비 종교와 다를 바 없습니다.

종교는 신앙을 기반으로 하지만, 사회 속에 존재하는 공적 조직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 책임과 의무도 분명히 있어야 하며, 법 앞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 마무리: 지금이라도 종교의 본 모습으로 돌아가야

이제 고신총회와 관련 언론은 자극적인 ‘탄압 프레임’을 벗고, 사태의 본질을 돌아봐야 합니다. 교회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절제하는 것이 진정한 종교의 길입니다.

지금이라도 진실을 직시하고,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며, 교회가 저지른 잘못이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종교의 도리이며, 사회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