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중국 협약, 교황의 침묵이 남긴 상처
2018년 바티칸과 중국 간에 체결된 ‘주교 임명에 관한 협약’은 세계 가톨릭 사회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협약은 중국 정부와 바티칸 간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목적이었지만, 현실에서는 중국 내 가톨릭 공동체, 특히 지하 교회의 자유를 더욱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교황의 정치적 타협, 무엇을 남겼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협약을 통해 중국 내 가톨릭 신자들의 종교적 자유를 보장하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협약의 내용은 중국 공산당이 주교 후보를 추천하고 교황이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교회의 전통적 가치와 원칙을 훼손하는 결정으로, 교황이 정치적 타협을 위해 신앙의 본질을 희생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특히 협약 이후 중국 정부가 가톨릭 교회를 더욱 강하게 통제하면서, 지하 교회의 성직자들과 신자들은 큰 고통을 겪게 되었다. 일부 주교들은 정부의 압력에 의해 사임하거나 정부가 승인한 성직자들로 대체되었으며, 종교 활동에 대한 감시는 더욱 심해졌다. 지하 교회를 따르던 신자들 사이에서는 “바티칸이 우리를 버렸다”는 절망적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홍콩 민주화 운동과 바티칸의 침묵
2019년 홍콩에서 벌어진 민주화 운동은 중국 정부의 강경 탄압으로 인해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홍콩 가톨릭계의 요셉 젠 추기경은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며, 교황이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바티칸은 이에 대해 철저히 침묵했다.
교황이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홍콩의 상황을 외면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는 교회의 도덕적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교황은 신앙과 정의를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조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이는 많은 신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적 거래
교황청이 중국과 협약을 체결하면서 기대했던 것은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의 자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협약 이후에도 중국 정부는 종교 탄압을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강화된 규제로 가톨릭 교회를 철저히 통제했다. 성직자들은 감시를 받고, 교회는 정부의 지시에 따라 운영되었으며, 미성년자의 종교 활동 참여는 금지되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교황은 공개적인 비판을 자제하며 사실상 중국 정부의 탄압을 묵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교황이 신앙의 가치를 지키기보다 정치적 타협을 우선시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교황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가톨릭 교회는 오랜 역사 동안 인권과 정의를 외쳐온 종교이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중국 정책은 가톨릭 신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신앙을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할 교황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이유로 침묵하는 것은 교회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교황은 탄압받는 가톨릭 신자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교황청은 종교의 자유를 위해 중국 정부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하며, 침묵을 깨고 정의를 위해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톨릭 교회가 정의와 자유의 상징이 아니라 정치적 거래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에 처할 것이다.
교황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신앙과 정의를 지키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그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