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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가톨릭 교회를 뒤흔든 조직적 아동 성범죄…은폐의 역사와 무너진 신뢰

삥뽕삥 2025. 5. 11. 21:07

 

로시오 피규로아 박사는 피해 당시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성범죄: 가톨릭교회 내에서 성적 학대를 받은 피해자들의 이야기 - BBC News 코리아

 

 

 

 

 

수십 년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성직자의 아동 성범죄, 그리고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해 온 가톨릭 교회의 실상이 점차 드러나며 국제사회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교회는 사랑과 정의를 설파하던 종교 기관이 아니라, 범죄를 숨기고 책임을 회피한 권력 구조였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적 추문, '일탈'이 아닌 '패턴'

가톨릭 교회 내 아동 성범죄는 특정 지역의 일탈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반복된 구조적 범죄로 밝혀지고 있다. 2002년 미국 보스턴에서 시작된 사제 성추행 폭로는 유럽, 남미, 호주 등 전 세계로 확산되며, 교회 내부의 은폐와 방조 실태를 낱낱이 드러냈다.

프랑스 독립조사위원회는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70년간 약 33만 명의 아동이 가톨릭 성직자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단순한 범죄의 나열이 아닌, “조직적 은폐 시스템”이 존재했음을 입증하는 통계로 평가된다.


미국·아일랜드·호주 등지에서 드러난 충격적인 사례들

201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대배심 보고서는 6개 교구에서 300명이 넘는 사제가 1,000명 이상의 아동을 수십 년간 성적으로 학대한 사실을 폭로했다. 다수의 사건이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조차 불가능한 상태였고, 교회는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 가해 사제를 비밀리에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문제를 회피해 왔다.

아일랜드에서는 1990년대 이후 여러 조사에서 1940~1990년대에 수만 명의 아동이 성직자에게 학대를 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호주 국가조사위원회는 가톨릭 사제의 7%가 아동 성범죄에 연루되었다고 발표했으며, 피해자 수천 명에게 비공개 합의금을 지급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은폐를 선택한 교회 지도부…'명예'가 '정의'보다 우선

피해자 보호보다는 교회의 평판과 자산 보호에 집착했던 교회의 대응은 사회적 공분을 자아냈다. 교구장들은 가해 사제를 다른 본당으로 전보하며 문제를 은폐했고, 교회법조차 형식적으로만 적용되었다. 특히 바티칸은 아일랜드 주교들이 성범죄를 경찰에 의무보고하려는 시도마저 제지했으며, 일부 고위 성직자는 “신의 법이 인간의 법보다 우선”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지도부의 무능이 아닌, 체계적 방관과 조직적 공모였다는 점에서 도덕적 파산 선언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온한 처벌과 ‘제 식구 감싸기’…법의 사각지대에 남겨진 피해자들

많은 가해 사제들은 형사처벌은커녕 교회 내 승진이나 조용한 전출로 문제를 덮었고,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도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미국과 아일랜드 등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사건은 시효 만료 혹은 증거 부족으로 법적 단죄를 피했다.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은 2021년, “바티칸이 국내 법적 절차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공개 비판하며 교회의 책임 회피 행태를 국제 문제로 지적했다.


피해자들의 외침…“말이 아닌 행동을 원한다”

피해자 단체와 생존자들은 오랜 침묵을 깨고 교회의 배신을 세상에 고발했다. 어린 시절의 성폭력 경험은 한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했고, 가해자가 소속된 교회가 이를 외면하거나 숨긴 사실은 이중의 고통이었다. 한 프랑스 피해자 단체 대표는 “사랑과 정의를 외치던 교회가 가장 약한 이들을 버렸다”고 말하며, 이는 단지 법적 문제가 아니라 도덕의 파산이라고 규탄했다.

비록 교황청은 2001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사과와 대책을 발표하고, 전 세계 주교단 회의를 열기도 했지만, 피해자들은 “회개 제스처가 아닌 실질적 처벌과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도덕적 권위의 붕괴…신앙의 쇠퇴로 이어지다

이러한 사태는 가톨릭 교회의 근본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1970년대 90%에 달했던 주말 미사 참석률이 2016년에는 36%로 폭락했다. 미국의 경우, 2019년 조사에서 가톨릭 신자의 37%가 성범죄 스캔들로 인해 교회를 떠나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적 권위가 아닌, 조직 보호와 은폐의 상징으로 전락한 교회에 대해 “더 이상 아이를 지키지 못하는 교회에 미래는 없다”는 인식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맺음말: 잃어버린 신뢰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종교기관의 위기가 아니라, 수십 년간 사회의 가장 약한 존재였던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와 그 은폐라는 점에서 중대한 인권 문제다. 교회가 아무리 개혁을 선언하고 구조를 바꾸려 해도, 이미 돌아선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회개 없는 용서는 없다”는 원칙이 교회에도 적용돼야 한다. 피해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정의와 회복 없이는, 그 어떤 사과도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